보험사들이 도수 치료(손으로 하는 물리치료)에 대한 보험금 지급 심사를 대폭 강화하면서 보험 가입자의 불만과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은 의사들이 권하는 대로 치료만 받았을 뿐인데, 보험사들이 ‘과잉 진료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면서 제때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보험 가입자 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할 뿐, 막상 줘야할 보험금 지급은 미뤄 환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고 지적한다.

◆ 손실 메우려 실손보험료 인상 도미노…최대 44% 올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에 지급되는 보험금이 급증하자, 보험사들은 순익 감소를 막기 위해 일부 의사들과 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 삼으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보험료 인상과 악성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 거부가 대표적인 대응책이다.

일부 보험사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 이후, 일부 병원들에 도수치료 보험금 지급 횟수를 월 15회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통보하기도 했다.

올 들어 AIG손해보험을 제외한 국내 모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현대해상(27.3%), 동부화재(24.8%), 삼성화재(22.6%), KB손해보험(20%), 메리츠화재(19.5%)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20% 넘게 올렸다.

인상폭이 가장 컸던 곳은 흥국화재로 올 들어 실손보험료를 44.8%나 올렸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10년내로 실손 의료보험료가 올해보다 2배 가까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과거 수년 간 블랙컨슈머와 의료계의 과잉진료를 방치해두다가, 손해율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고 나서야 손 쉬운 방식으로 대응하는 데 대한 비판도 거세다.

보험연구원이 각 보험사별로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보험금 청구액이 많은 상위 10% 가입자가 받은 보험금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53.3~63.2%)에 달한다.

보험사들이 과거 실손보험금 과다 지급에 대해 별 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금융감독원의 민원 등급에서 낮은 점수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사들의 민원 건수를 집계해 민원등급을 매기고 있는데, 2014년까지는 민원 등급이 나쁜 회사의 지점과 홈페이지에 ‘5등급(불량)’이라고 쓴 이른바 ‘빨간 딱지’까지 붙여 망신을 줬다. 때문에 보험사들도 민원 감축을 위해 과잉 진료를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실손보험이 대중화되던 2009년부터 보험사들은 역마진을 감수하고 공격적인 실손보험 마케팅에 나섰고, 보험설계사도 판매 현장에서 “의사에게 결리다고 말하지 말고, 다쳤다고 하라”, “1만원만 내면 아프지 않아도 각종 치료가 가능하다” 등 실손보험을 악용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며 고객 수를 늘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급여 의료비의 증가 속도가 현재 상태로 이어지고 이를 막기 위한 제도의 개선이나 상품 구조의 개편이 없다면 실손의료보험료는 매년 14%씩 늘어날 것”이라며 “4인 가족이 내는 올해 평균 실손보험료는 월 10만6000원인데, 10년 뒤면 월 21만60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보험업계 vs 의료계…손해율 산출 방식도 논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 인상의 주요 근거로 내세우는 ‘손해율’ 통계에 대한 신뢰성도 종종 도마위에 오른다.

보험사들은 올해 초 실손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7%(2014년 기준)에 이른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손해율이란 쉽게 말해 소비자들이 지불한 보험료를 소비자들에게 지급한 보험료로 나눈 수치를 말한다. 손해율이 100%가 넘으면 적자를 냈다는 뜻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제시한 ‘손해율’이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사들이 손해율 수치를 인용할 땐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재원)에 부가보험료(설계사 수당, 모집, 계약 유지관리, 지급 심사 관련 등 사업운용비 재원)를 포함해야 하며, 이를 반영한 손해율은 80.2%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손해율을 산출할 때 부가보험료를 포함하면 실제로 집행한 사업비도 포함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를 반영한 수치인 합산이율(수입보험료 대비 사업비 비율)은 122%이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타당하다고 재반박하면서 논란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 과잉 진료 관리 감독체계도 미흡

보험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과잉 진료를 증명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의 정당성을 가려내기 위해 병원에 파견하는 인력 대부분이 간호사 출신의 인력이라 의사의 진료를 문제 삼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악성과 양성의 경계에 있는 ‘경계성 종양’을 갖고 있을 때, 의사가 질병 분류 코드를 ‘암’으로 분류하면 최대 4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하면 보험금이 수십만원에 그치기 때문에 의사나 환자가 일부러 질병을 ‘암’으로 청구하는 사례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호사 출신 조사관들을 파견했을 때 일부 병원에서 이들의 전문성을 의심하며 문전박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현장 조사를 해서 과잉 진료를 막으려 해도 의료 부문에서는 제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병에 걸리거나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을 때 환자가 부담한 의료비의 80~100%를 보장해 주는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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