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국민건강 위협하는 건강보험 비급여]<3>-①비급여 의료비 탓 손해율 상승, 보험료 10년 후 2배 올라]

#은퇴 후 아파트 경비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지민철씨(가명, 63세)는 10년 전 직장에 다닐 때 직장 단체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에 가입했지만 퇴사 후에는 실손보험이 없는 상태다. 최근 잦은 병치레로 실손보험에 재가입하려 했지만 과거 수술 이력 등으로 인해 거절당했다. 지씨는 병원에 갈 때마다 수십만원이 부과되는 비급여 의료비 때문에 고민이 크다.

건강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 부담이 날로 커지면서 실손보험은 필수 보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보험료가 크게 오르는 데다 고령자나 유병자는 가입조차 거절되는 경우가 많아 비급여 의료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과 수입이 없는 대부분의 은퇴자에겐 실손보험이 ‘그림의 떡’이다.

문제는 실손보험료 인상의 궁극적인 원인도 날로 치솟는 비급여 의료비에 있다는 점이다. 실손보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비급여 진료 항목을 표준화해 가격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동차보험금보다 더 많이 나가는 실손보험금=실손보험은 병원에서 진료받을 때 실제 부담한 의료비(실제 손실 비용)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실손보험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0세 남성 기준 월 보험료가 1만~2만원대였지만 현재는 2만~3만원대로 올랐다. 보험사들이 거둬들이는 보험료에 비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날로 늘고 있는 탓이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불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손해율은 지난해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 재원) 기준 129%였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129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험사의 실손보험금 지급 금액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2012년에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3조4000억원으로 자동차보험의 대인·자손(자기신체사고) 보험금 지급 규모 3조8000억원을 소폭 밑돌았다. 하지만 2013년에는 실손보험금 지급액이 4조1000억원으로 자동차 대인·자손 보험금 3조7000억원을 추월했다. 보험연구원은 8년 후엔 실손보험 지급액이 12조8000억원대로 급증해 4조1000억원대로 예상되는 자동차보험 대인·자손 보험금을 3배 이상 웃돌 것으로 추정한다.

보험업계는 실손 지급 보험금이 급증하는 주요 원인으로 비급여 의료비 급증을 지목한다. 실손보험금 지급액 중 비급여 비중이 생명보험사 기준으로 70%에 육박해 국민건강보험에 비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고가의 의료서비스 등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시행함에 따라 실손보험의 비급여 의료비 부담률은 일반적인 국민건강보험 대비 2배 가량 높다”고 말했다.

◇10년 후엔 실손보험료 2배 이상 뛴다는데…=보험개발원은 앞으로 10년간 위험보험료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이 평균 114%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4인 가족 기준으로 올해 월 10만6000원인 실손보험료는 10년 후 월 21만6000원으로 2배 이상 오르게 된다.

문제는 병원 갈 일이 많은 고령자일수록 보험료 부담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은퇴자가 대부분인 60대는 현재 실손보험료로 월 3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부부 기준으로 월 6만원 이상이다. 10년 후엔 60대 부부의 실손보험료가 12만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나마 실손보험에 가입해 있는 고령자라면 다행이다. 직장 다니며 단체 실손보험의 보호를 받다 은퇴 후 실손보험이 사라지는 고령자는 실손보험 가입조차 어렵다. 은퇴할 나이가 되면 대부분 크든 작든 병이 있거나 수술 경력이 있는데 이 경우 실손보험 가입이 거절당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이 없는 고령자가 진료비를 보장 받고 싶다면 실손보험 대비 보험료가 3~4배 비싼 유병자 보험이나 실손보험을 기본으로 암. 뇌출혈 등 각종 질병 치료가 특약으로 들어간 종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료가 매년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된다 해도 비급여 의료비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으면 실손보험 손해율은 앞으로도 100%를 훨씬 초과할 것”이라며 “비급여 의료비를 표준화하는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실손보험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고령자들은 정작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실손보험 가입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떨어진다. 10대의 실손보험 가입율은 80%가 넘지만 60대가 되면 37.6%로 떨어지고 70대 이상에선 9.6%로 급락한다. 직장 다니면서 단체 실손보험에 가입했던 사람이 은퇴 후에는 실손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비용 부담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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