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전준우 기자 = # 이모씨의 어머니는 만성 중이염과 허리 디스크 질환 등으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중이염, 허리 수술을 했다. 후유증으로 병원에도 계속 다닌다. 병원비는 미리 가입한 건강보험의 도움을 받았다. 2007년 10월 가입한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 건강보험이 질병 입원비와 치료비 등을 보장해줬다. 그런데 보험사가 계속되는 보험금 청구에 부담을 느꼈는지 소송을 걸었다. 이씨가 답답한 마음에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보니, 보험 계약을 해지하면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보험 가입 마저 박탈당할 위기에 놓인 서민들의 울분이 커지고 있다. 10년 전에 가입한 보험 계약자들에게 부담해야 할 보험금 부담이 커지면서 중소형 보험사가 보험 계약 해지를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2일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사가 계약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한 비율은 최대 40%에 육박한다.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 10번 중 4번은 완패하고 있는 셈이다.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의 패소율이 가장 높고, KB손해보험과 동부화재 등 대형사의 패소율도 10% 내외다.

보험사가 계약자를 상대로 내는 소송은 채무부존재확인, 부당이득반환청구, 보험계약 무효확인, 손해배상 청구 등이다. 보험 사기 등 부당한 목적으로 보험금을 타내는 계약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지만,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합의를 유도하기 위해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MG손보는 이씨 어머님의 과도한 보험금 청구가 부당하다고 소송 제기 이유를 밝히고 있다. 가벼운 근골격계질환 등으로 통원 치료가 가능한데도 장기간 과도한 입원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501일간 입원하면서 92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지급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 일반적인 전업주부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만원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이씨 측은 억울하다는 태도다. 이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이미 파산 신청을 한 상태로, 보험사가 소송에서 이겨도 9200만원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계약을 해지시키겠다는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에서 이씨의 어머님이 가입한 보험 건수가 7건이나 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는데, 이와 관련해 이씨는 "가입한 보험을 보면 암보험, 실비보험, 화재보험 등으로 한 달에 내는 보험료도 23만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비슷한 유형의 서민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마땅히 손 쓸 방법도 없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해도 소송이 진행 중이면 금감원은 민원을 종결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보험금 지급 거절이나 합의 유도 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면서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보험 영업도 어려워지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unoo5683@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